아웃사이더….., 세상의 중심이 되다.

Ep. 3 ‘어디에 있는지’보다 ‘어디에서 왔는가’가 나를 붙잡을 때. – (2) 여정,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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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왔는가’는 결코 변할 수 없는 나의 역사의 한 부분이고, 이 수식어는 삶에 있어서 수많은 장단점을 가져다 준다. 전편에서 ‘출신’이라는 의미가 여정을 막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기회라고 말했다면, 이미 많은 시간을 바깥에서 지내온 사람들에게는 어떤 의미를 가져다 주는 걸까. 타지생활을 시작하고 5년차에 접어들었을 무렵, 그 의미를 ‘출신’이 사람을 과소평가 하게 만드는 것이다 라고 단정 지으며 좌절한 적이 있었다.

프로도도 여정 속에서 이와 같은 좌절을 하게된다. 그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여정 속에서 자신이 그들과 얼마나 다른지 뼈저리게 실감한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것을 해낼 수 있다고 증명하는 것이 샤이어에 있었을 때보다 몇 십 배는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과도 마주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프로도가 호빗족이기 때문에, 그들이 지금까지 알았던 호빗족에 대한 편견을 바탕으로 그를 과소평가하고 마음대로 단정 짓는다.

대표적인 에피소드로 반지 원정대의 일원이었던 보로미르가 반지를 탐하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만약 반지 운반자가 프로도가 아닌 아라곤이나 레골라스였다면 그림은 다르게 그려졌을지도 모른다. 반지의 악한 힘을 결코 프로도가 끝까지 감당해 낼 수 없을 것이라는 불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반지에 대한 실성이 극으로 달했을 때 “Curse you! And all the Halflings!”이라며 프로도에게 외치는데, 이 대사로 보로미르가 프로도에게 가진 편견이 어땠는지 추측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프로도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로, 그리고 ‘다른’존재로 보이는지 뼈저리게 경험하고, 결국 홀로 여정을 마치기로 결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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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서 가장 관심이 갔던 부분은 ‘골룸’의 출신이었다. ‘골룸’은 호빗족 출신이라는 설정인데, 그 이유는 영화의 ‘선’의 중심 그리고 ‘악’의 중심이 둘 다 같은 종족이라는 사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샘의 강력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프로도가 골룸을 길 안내자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스미골’이라는 골룸의 진짜 이름을 부르며 그와 동반하게 된 건 어쩌면, ‘출신이 같다’라는 이유만으로 프로도의 마음속 어딘가 실낱 같은 희망 혹은 믿음을 갖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프로도는 그 선택으로 인해 죽음의 위기를 맞게 된다.

그 어떤 곳보다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민감했던 일본에서의 생활에 있어서 철칙은 ‘beyond Nationality’였다. 한국에서 온 유학생 아니라, 오로지 나만을 보고 판단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렇기 때문에 무언가를 도전할 때 어디에서 왔는지 최대한 배제시키려 했다. 하지만 그러려고 하면 할수록 한국인으로서의 나는 누구인지, 어떻게 비추어지는지 라는 질문에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대답해야만 했고, 그 과정은 느낀 적이 없는 사람들은 절대 알 수 없는 혼자만의 치열한 싸움이었다. 프로도가 영화의 후반부에서 홀로 여정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순간을 보면서 크게 공감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아마 프로도도 자신을 획일적으로만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에 지쳐, 혼자가 되려 한 건 아닐까 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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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프로도가 골룸에게 가진 실낱 같은 믿음에 크게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도, 아웃사이더로 살면서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나도 모르게 믿고 배신당하는 경험 또한 겪었기 때문이다. 수없이 겪은 과소평가가 가져다준 강박이 처음보는 사람을 섣불리 신뢰하고, 그 신뢰는 쓰디쓴 아픔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경험이, 마치 프로도처럼 스스로 묶여있었던 한국인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 국적은 같을지 모르나 서로 서로가 엄연히 ‘다르다’ 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이미 많은 세월을 여정에 바친 사람에게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것은 강박과의 전쟁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수도 없이 과소평가 되면서 그게 진정 과소형가에 불과한지 아니면 능력이 여기까지 인지 혼란스러워 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처 받으며 자기 자신과 치열하게 싸우다 보면 ‘어디에서 왔지만’ 혹은 ‘어디에서 왔기에’ 와 같은 편견에서 벋어나 ‘어디에서 왔고’, 그리고 나서부터의 ‘진짜 나’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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