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보금자리

낯선 땅 영국에서 집을 구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크고 작은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영국의 중심지 런던에서 3시간 정도 서쪽으로 이동하면 도착하는 한적한 도시 엑시터 (Exeter), 이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처음 이야기는 엑시터에서 조금 떨어진 영국의 바다를 마주 보는 항구도시 플리머스 (Plymouth)에서 시작한다. 플리머스 대학교에서 교수직을 맡게 되어 영국에 처음 오게 된 그는 영국에서의 직장 생활을 시작하기 전, 집을 구하지 못해서 직장을 포기할까 생각했었다 말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영국에 처음 와서 집을 구하는 데에 어떠한 어려움이 있었나?
집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에 갔을 때, 가장 처음 들었던 말이 영국에서 집을 구하기 위해서는 영국 은행 계좌가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영국 은행 계좌가 아직 없다고 하자, 그 후에 어떠한 일도 진행할 수 없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은행에서 전하는 말은 영국에 집이 있어야 은행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부동산에서 들었던 말을 그대로 전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안 된다는 대답 뿐이었다.

그 상황에서 어떠한 생각이 들었나?
어떠한 것이 정답인지 모르기 때문에 둘 중 어느 곳에 가서 이것이 틀렸다 말할 수 없다는 것이 답답하다는 생각이었다.
정확한 정보가 없으니 양쪽에서 하는 말이 다 맞게 들렸다. 학교에 찾아가 어려움을 설명했지만, 해결되는 것은 없었다.

그렇다면 그 후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였나?
그 후 가까운 곳에 있는 모든 은행과 부동산에 방문했다. 며칠 간은 처음 겪었던 상황의 반복이었다. 그러던 중 학교 안에 있는 은행에 찾아갔다. 학교에 있는 은행이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가능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집이 있어야 계좌를 만들 수 있다는 말없이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거의 일주일 만에 모든 은행을 방문한 이후에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자리에서 눈물이 날 뻔 했다. 은행 계좌 개설 이후 순조롭게 집을 계약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살고 있다.

집을 구하는데 관련된 문제는 영국에 처음 왔을 때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다르게 다가올 때, 어려움은 우리에게 배가 되어 다가온다. 여기 집 구하는 문제에 관한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영국인 남편과 결혼해서 엑시터에서 거주한 지 10년이 훨씬 넘었지만, 그녀에게도 영국에서 집 구하기는 낯선 일이다. 영국에서 결혼 후 월세에 거주하다가 집을 사기로 했을 때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자.

영국에서 처음 집을 사는 과정에서 한국과 가장 다른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했는가?
한국에서 집을 계약할 때에는 집을 계약하기로 집주인과 합의가 되면, 계약금을 지급하고 이후의 과정이 진행된다. 하지만 영국에서 집을 구매할 때에는 어떠한 서류과정 없이 구두계약이 전부였다. 이 차이가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근본적인 원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집을 구하면서 어떠한 일이 있었는가?
집값이 예산에 맞고 방문 후 마음에 드는 집을 찾은 후, 집주인과 구두로 계약을 약속했다. 그 후, 다른 집을 찾는 것을 멈추고 집을 사기 위한 대출도 알아보고, 이전의 집도 부동산에 내놓는 등 새로운 집으로 이사할 준비를 하였다.
그러던 중, 집주인이 돌연 부동산을 통해서 집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알려왔다. 지금 살던 집도 부동산에 내놓아서 나가야 할 날짜가 정해졌고, 대출도 진행이 어느 정도 된 상태라 너무나도 당황스러웠다.

이러한 상황이 일어나게 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집을 사는 일련의 과정이 부동산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집주인을 직접 만날기회가 많지 않다. 한번도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집주인 입장에서 계약과정에 대한 책임감이 덜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처럼 계약금과 같은 제도가 있다면, 계약을 아무런 손해배상 없이 취소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집계약이 취소된 후에는 어떻게 되었나?
집을 구했다고 생각하고 그만두었던 집 뷰잉을 빠르게 다시 시작했지만, 원하는 집을 찾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시간이 촉박하여 앞선 집 보다는 조건이 좋지 않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지금와서 생각해 보아도 계약이 취소되었던 그 집이 가장 맘에 들었다.

위에서 소개한 두 이야기를 읽으면서 영국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고개가 끄덕여졌을 것이다. 비슷한 경험을 했던 사람에게는 공감을 지금 그 어려움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사람에게는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글. 편집 박솔비

사진출처: Tidy Gardens. 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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