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4년 전에 처음 왔어요. 처음 온 날이 아직도 생생하죠. 그 공항의 공기, 첫 기숙사의 냄새, 혼자 방 안에 남겨졌을 때의 기분, 적막. 그 후 상당 시간기간 동안, 혼자 남겨졌다는 기분을 떨쳐내기 어려웠어요. 처음으로 해외에 나온 거였는데, 그게 유학이었으니, 정신적 충격이 상당했죠. 지금 생각하면 너무도 바보 같지만, ‘아, 내가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를 만나려면 저 먼 유라시아 대륙을 건너 15시간을 날아가야 하는구나’ 그 생각이 너무도 무서웠어요. 그 이후 혼자 있을 때 그 적막이 너무 싫어서 방에 있는 거의 모든 시간 동안 노래를 틀어놨었죠. 유학 초반에는 아침에 혼자 일어나는 기분이 너무 싫어서 음악을 밤새 틀어놓고, 이어플러그를 끼고 잠들었을 정도니, 외국 생활 초반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다들 어느 정도 공감이 가시죠?
<우리가 기대한 영국> 사실, 이런 모습 기대하고 영국 왔는데… 이렇게 화려할 줄 알았는데…
<우리가 사는 영국> 영국 스모그는 산업혁명 시기에 끝난 줄 알았는데.. 무슨 맨날 안개에, 이건 대낮에서 지금이 해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진짜 더 우울했어요. 환상이 깨져서.
그러나 지금은! 아주 잘 살고 있어요. 일단, 하늘을 안 봐요. 정말 슬프지만, 집에서도 하루 종일 커튼을 치고 있었어요. 해가 3시에 지는걸 보면, 정말 우울하거든요. 사실 이런 저의 감정 상태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내가 영국에서 우울한 상태였다는 걸 전혀 인지하지 못했었죠.
그런데 올해 초반까지 저의 인생의 절반을 같이 보낸, 10년지기 친구 두 명이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했어요. 그래서 다시 기억이 났죠. 영국에 처음 온 20대, 특히 한국에서 계속 살다 온 우리 같은 사람들이 이 차가운 영국사람들 사이에서, 힘든 외국 생활에서 얼마나 위로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우리 정말, 억울한 일도 많이 있잖아요. 이방인이기 때문에 참아야 하는 많은 일들, 모르는 게 죄도 아닌데, 받아야 했던 눈초리.
그래서, 정말 주관적이지만, 제가 영국에서 우울할 때 듣던, 딱 영국 분위기에 맞는 노래들을 추천해 볼까 해요. 요즘처럼 4시면 해가 지는 요즘, 딱 집에 갈 때 혼자 어두운 거리를 걸으면서 들으면 좋을 노래들이에요. 우울할 때 마음껏 분위기 잡을 수 있는 노래들로 준비했어요.
1. 촛불하나 – GOD
우리 어렸을 적에 다 이거 듣고 자란 세대 맞죠…? 우연히 예전 노래 리스트에서 이 노래를 듣다가, 저도 모르게 눈물 한 방울이… 이 노래가 이렇게 슬픈 노래였나요‘왜 이렇게 사는게 힘들기만 한지 누가 인생이 아름답다고 말한 건지’가 나와요. 촛불 하나에… 이 노래가 2000년에 나왔는데, 그 때는 이 노래가 왜 인기였는지 몰랐는데,이제 알겠어요.
2. 조수미 – 바람이 분다
겨울 날씨가 되면서 바람도 많이 불고, 마음도 울적할 때 이 노래가 마음을 대변해 줄 수 있을거에요. 원곡도 좋지만, 조수미선생님의 고음 부분을 들으면, 진짜, 눈물이 날 수도 있어요.
3. Aubrey – Joanna Wang
원곡보다 저는 Joanna Wang이 부른 곡이 곡의 분위기를 더 살려주는 것 같아요. 이 곡은 하루 종일 밖에서 시달리고서, 집에 가는 버스에서 들으면 정말 좋아요.
4. Nocturne No.1 In B Flat Minor Op,0-1 – Chopin
학교 음악시간에 한 번쯤은 들어왔을 곡이에요. 그 때는 ‘ 아 잠이 오는 노래구나’ 했을 텐데, 이렇게 3시면 해가 지는 영국에서 들으면 또 다른 기분을 느끼실 수 있을 거에요. 우리 이제 모두 이해하지 않나요? 왜 유럽이 철학이 발전하고 이런 우중충한 곡들이 많이 생겼는지? 교과서에서 보던 그 우중충한 사진이 흑백 사진이기 때문이 아니라, 원래 날씨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5. 나팔바지 – 싸이
이번에 나온 신곡이죠! 이건 사실 우울한 노래는 아닌데, 꼭 넣고 싶었어요. 너무 신나서 막 춤이 절로 나오는 노래에요. (꼭 제가 길에서 춤을 췄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다들 들어보셨겠지만, 아직 안 들어 보신 분들은 꼭 한번! 뮤비도 정말 신나요.
6. Little Star – 스탠딩 에그
이 노래는 자기 전에 들으면 너무 좋은 노래에요! 진짜 강추! 처음에 가사가 ‘눈을 감고 내가 하는 이야길 잘 들어봐’ 인데, 정말 눈을 감고 자기 전에 들어보면 하루에 있었던 서러운 일, 마음 불편했던 일들을 잠깐 잊고 잘 수 있을 거에요.
7. 좋은일이 있을거야 – J Rabbit
잘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등교 혹은 출근할 때 이 노래 들으면서, 오늘도 좋은 일 생기길 바랄께요. 모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