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수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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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인소개 부탁할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스코틀랜드 글라스고에 있는 스코티쉬 오페라단에서 반주자로 일하고 있는 주수정입니다. 오페라 반주자가 생소할 분들이 많은데, 간단히 설명하자면… 보통 오페라는 공연 할 때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담당하지요. 하지만 공연 연습 (보통 한 오페라를 올리기 전 한달 정도 연습에 들어갑니다) 때 오케스트라를 매번 쓰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피아니스트가 반주를 대신하게 되어 있어요. 지휘자를 따라가면서 성악가들이 노래 부르는 것도 들어야하고 (나중에 가사나 리듬이나 음정 틀린 것도 잡아줘야 하구요, 발음도 교정해줘야 해요) 가끔씩 무대 뒤에서 지휘도 하며 합창단도 지도하고 때로는 오케스트라 안에서 함께 연주도 해야하는…암튼 하루에 평균 6시간 정도 피아노 앞에 앉아있는 3D 직종입니다 하하하

2.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며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매일매일이 가장 큰 도전입니다. 남의 기준에 자기 자신을 평가하지 않고, 소신있게 행동하며 할 일을 해 나가는 것…누구누구는 이런 것들을 하고 있는데 나는 뭐하고 있는 것인가? 요즘 같이 SNS 사용이 생활화되어있는 상황에서 일분 일초가 멀다하고 보여지는 ‘남들의 성공.생활.행복’등등에 치우치지 않고 그들의 성공에 자기 자신을 재어보지 않는 것, 그것들로 인해 쓸데없는 자괴감에 빠지지 않는 것이 제일 어렵습니다. 특히 저 같이 남들 앞에 나서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친구들이나 colleague들이 올리는 공연 사진이나 Facebook 상태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을 부러워하고 내가 하는 일은 하찮게 여겨지는 경우가 많아요. 마인드컨트롤이 그 전에도 그렇고 요즘은 특히 더 힘든 도전입니다. 극복하려고 페북을 끊어볼까도 생각했는데 멀리 사는 친구들이나 가족들과의 연락은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에 시도해보지는 못했습니다.

3. 영국엔 언제 오셨나요?
2009년 9월에 런던에 있는 길드홀 학교에 성악전문반주자 석사과정을 이수하러 왔습니다. 석사 마치고, 오페라반주자 과정 1년 더 공부하고 그 후 1년은 학교 Fellow로 남아서 도합 4년을 공부하고 영국내셔널오페라 (English National Opera)에서 6개월간 경험을 쌓은 뒤 이곳 글라스고에 온지 이제 1년 반이 넘었습니다. 런던날씨 불평하시는 분들, 스코틀랜드 와 보세요…정말이지 런던 날씨가 그립습니다. 헛헛

4. 영국에서 경험해 본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셋을 뽑는다면?
첫번째: 3, 4년 전에 친구들이랑 New Year’s Eve celebration을 본다고 웨스트민스터에 9시쯤 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아예 차단을 시키더군요. 우여곡절 끝에 템즈강 근처 런던아이가 보이는데 자리를 잡고 추운 날씨에 발 동동 굴러가며 3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드디어! 생애 최고의 불꽃놀이를 경험했습니다. 정말 스펙타큘러! 했어요 내가 낸 세금이 이 불꽃놀이 계획하는데 얼마나 쓰였을까 하는 생각도 쬐금 들었어요 ㅋ

두번째: 영국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버스를 타고 장을 보러 가는데 버스 앞자리에 앉아있던 할머니 한 분이 갑자기 고개를 획! 돌리더니 뭐라고 하시는 거예요. 너무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잘 못 들어서 다시 한번 말씀해 달라고 했더니 눈을 이글거리시며 큰 소리로 말도 못 알아듣는 외국인이 우리 나라에 와서 돌아다닌다며 소리를 지르더군요. 너무 놀라서 같은 버스에 있던 사람들이 저한테 와서 괜찮냐고 묻고 기분은 더러웠지만 뭐 미친 할머니겠거니하고 버스에서 내려 장을 보는데 딸기가 맛있어 보여서 한 바구니 들고 잘 익었나 냄새를 맡아보는데…다른 할머니 한분이 또 옆에 오더니 “you don’t have to smell them at all, they are all sweet since they’re from England” 뭐 이런 날이 다 있나 싶었죠

세번째: 뿌리깊은 (인종.클라스.등등) 차별. 집주인/에이전시와의 마찰.

5. 취미 생활은요?
영화 보는것 엄청 좋아합니다 뭐 신작을 챙겨보는건 아닌데 제 정서나 느낌에 맞는 영화들이 있잖아요. 찾아서 보는거 좋아해요. 빈티지 쇼핑광이구요. 그 외에 취미라기 보다는…Cemetery 안을 산책하는것도 좋아합니다-Brompton Cemetery 추천해요. 화려함도 없고 바쁨도 없고 조용하게 내가 작아지는 걸 느낄 수 있으실 거예요

6. 맛집 3군데만 추천해 주세요
첫번째: Peckham Road에 있는 South London Gallery에 딸린 카페 No.67 추천합니다. 주중에 가면 덜 붐비겠지만 혹시 주말에 가셔야 한다면 토요일 아침 오픈 하자마자 가시는 게 좋아요. 음식도 맛있고 커피도 맛있고… 거기 Baked Eggs아직도 하나 몰라요…

두번째: Holland Park station 근처에 있는 Ladbroke Arms. 펍 치고는 가격이 조금 쎈 편이지만 음식도 좋고 분위기도 굿!

세번째: 소호에 있는 Dean Street Townhouse. 아침식사나 애프터눈티는 별로에요

번외로 예전 저희학교 근처에 주중에 열리는 Whitecross street market에 태국음식을 파는 집이 있는데…남자같은 여자이기도 하고 여자같은 남자이기도 한 “그녀” 가 일하는 곳의 태국커리와 매콤한 맛을 자랑하는 다른 메뉴들…일주일에 한번은 먹었던 것 같아요 점심으로 매운 것 먹고 땀 조금 내고 기운 차려서 다시 연습하러 갔던 기억이 솔솔 납니다.

7. 이럴 땐 정말 영국이 싫다
병원 예약할때, 인터넷 신청할 때, 그 외 모든 관공서 처리업무 관련 일들이 늦어질 때. 비 많이 올때.

8. 이럴 땐 정말 영국이 좋다
올드&뉴. 옛 것을 지키고 더불어 새 것을 창조해 나가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많이 볼 수 있을 때. 우리나라는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있지 않나요…

9. 영어 공부는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음…저는 중학교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케이스라, 영어 공부는 서바이벌에 직결되어있었어요 그것도 사춘기 시절에…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시간을 두고 최대한 노력을 하면 귀도 열리고 눈도 트이고 말문도 함께…언어는 culture이기 때문에 책상 앞에서 (아니 요즘은 스마트폰이나 타블렛으로인가요) 공부만 하지 말고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편이 언어 습득에 굉장한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티비를 보면 영국인들과 대화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아 지겠죠. 전철역에서 나눠 주는 메트로 신문도 매일 보는 척이라도 해 보구요 여기 저기 붙어있는 공연 포스터도 꼼꼼히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10. 언제 한국이 젤 그리우세요?
한국음식이 먹고싶을때. 완전 시골입맛이라 우렁된장국, 강된장쌈밥, 도토리묵, 젓갈, 잡곡밥, 제철 나물 무침 이런거 좋아하는데… 생각만해도 군침이 돌아요!

11. 처음 영국 생활을 시작하는 분들께 드릴 말씀
이 나라가 느린게 아니라 우리나라가 너무 빠른것, 편한것에만 치우친 편이 아닐까 과연 이 나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삶의 Value는 어디에 있을까 생각해보면 영국에서의 생활이 그리 답답하지만은 않을 듯 해요. 공부하러 오셨든 일하러 오셨든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 하고 그 결과가 누구의 눈에라도 보이면, 사람들은 다가오게 마련인 것 같아요. Keep the positive energy up! 무엇이 되었든 나중에 돌아보면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해할 날이 반드시 온다는거…잊지 마셨으면 해요.

12. 앞으로의 계획
잘생긴 스페인 청년과 결혼한지 이제 14개월차 입니다~ 서로의 일 때문에 지금은 글라스고와 바르셀로나를 한달에 한번 왔다갔다 하고 있는데….아마도 올해 안에 제가 스페인으로 아주 갈 것 같아요. 혹 영국을 떠나게 되더라도 소중한 인연 이어가고 싶습니다. 전 오페라에 미친! 사람이기 때문에 영국에 계시는 한국분들께 오페라에 대한 이해를 돕는 일도 하고 싶습니다. (한국 성악가들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데, 정작 오페라를 보러 가는 한국인들은 많이 없는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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