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015 토니상 5개 부문을 휩쓴 이 연극은 올해 영국에서 가장 핫한 연극이란 타이틀만으로도 이 공연을 관람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연극’ 이란 단어를 들으면 왠지 고리타분한 대사들이 엮인 2시간정도의 정적인 고전극이나, 아님 반대로 아무 의미 없이 시시껄렁한 개그로 가득한 희곡을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고정관념을 깨듯 2015년 토니상 5개부문을 휩쓴 올해의 가장 핫한 공연이 ‘연극’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Sion-Dan-Young-Christopher-and-the-cast-of-The-Curious-Incident-of-the-Dog-in-the-Night-Time-Photo-by-BrinkhoffMögenberg-2

Photo: Courtesy of National Theatre

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 London _R1_5605.CR2

Photo: Courtesy of National Theatre

“저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연극의 주인공 크리스토퍼는 15살의 자폐증을 앓는 소년이다. 공연 초반, 이웃집 개 ‘웰링턴’은 살해당한 채 발견되고 소년은 경찰관에게 개를 죽인 범인으로 몰린다. 하지만 연신 그는 “저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라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한다. 순수하고 맑아 보이는 그의 대사는 자연스레 관객인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성인이 되어버린 나에게, 너는 나처럼 ‘거짓말은 절대 하지 않아요’라고 세상에 말할 수 있니 하고. 이토록 순수한 아이의 첫인상은 이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어른들의 거짓말에 상처받고 그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그의 몸부림은 이 연극이 관객에게 보여주려던 것이 아닐까? 이후 크리스토퍼는 스스로 범인을 잡기 위해 이웃집부터 조사를 시작한다. 그러던 중 자신의 아버지의 비밀을 알게 되고 진실을 마주한 크리스토퍼는 결국 엄마를 찾아 나선다.

“낯선 공간, 낯선 감정”

난생처음 혼자 자신의 집을 떠나는 크리스토퍼에게 모든 것이 처음이다. 런던 센트럴로 가는 기차, 플랫폼, 낯선 사람들.. 마치 내가 히드로에서 영국을 처음 마주한 그 날을 떠오르게 하는 장면들이 크리스토퍼의 감정과 머리 속을 그대로 표현한다. 그래서였을까 정말 기본적인 영어만 가능했던 런던에서의 첫 날 겪었던 모든 경험과 기억들은 크리스토퍼를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주었다. 또 친절한 듯 무심한 영국인들의 면모를 너무나 잘 담아낸 장면들은 그것을 바라보는 영국인인 자신들에게도 공감을 자아낸 듯 웃음이 이어졌다.

“자폐아와 그 가족”

자폐아인 크리스토퍼가 주인공인 이 연극에서 또 하나의 주요한 주제인 가족은 장애아를 가진 부모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으며 어떤 상황에 처해질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한 흔적이 극 곳곳에 숨어있다. 크리스토퍼가 힘들어 할 때 손을 내밀어 아이에게 자신이 다가가겠다는 신호를 보내듯 부모와 아이간의 소통에서 보여지는 디테일이 이 가족을 더욱 현실감 있게 만들었다.

896-0038

Photo: Courtesy of National Theatre

부모 역시 사람이기에 아이를 돌보다 지친 엄마는 아들을 떠나고 남겨진 아빠는 아이와 살아가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현실은 너무 피곤해 보이기만 한다. 연극은 아이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흘러가기에 부모의 입장은 많이 드러나지 않지만 아이를 떠난 엄마와 동물에게 폭력성을 표출한 아버지의 모습에서 충분히 그들의 버거움을 느낄 수 있다.

한국에서도 김수로 사단이 라이센스를 수입해 제작하여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 으로 1월에 오픈 할 예정이다. 2015년 런던에 살고 있다면 오리지널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일러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