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행복하자.

한국에서는 파란 하늘 보기가 더 쉬웠었는데 영국에서는 아직까지는 새파란 하늘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많은 분들이 날씨가 좋은 날이면 다른 이유를 불문하고 행복감을 느끼실 거라 생각합니다. 날씨 때문에 행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영국의 큰 매력 중의 하나겠지요. 한국에서도 날씨가 좋으면 ‘오늘 날씨가 정말 좋다’ 정도였지,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정말 행복해’까지 넘어간 적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영국에 와보니 날씨가 주는 행복감이란 실로 엄청나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 글이 전달 될 그 날에 날씨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좋기를 바래봅니다.

영국 생활은 행복한가요. 행복하다고 느끼고 계신가요.

저는 한국에 있을 때도, 영국에서도 항상 ‘나는 행복한가’라는 자문을 참 많이 합니다.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일을 하며 아등바등 살다가 모든 게 전혀 다른 영국으로 입국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저는 스스로 다짐을 하곤 합니다. 행복해야 한다고.
다른 분들이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지만 현재 이 글을 전하는 2016년의 한국의 행복지수는 그렇게 높지 않아보입니다. 심지어 ‘헬조선’과 같은 신조어도 생겨났으니 행복감이 아예 바닥을 치고 있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부지기수일 거라 생각합니다. 개인의 소소한 행복도 사회에 의해 좌지우지 될 만큼 건강한 사회가 주는 행복감에 대한 위력은 실로 대단하지요. 많은이들이 느끼는 감정이 이렇다 보니 작년에 사람들의 가슴을 파고든 노래 가사가 하나 있었습니다. 기억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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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행복하자

– Zion.T ‘양화대교’ 중에서 –

저도 정말로 많이 들었던 노래입니다. 진솔하지만 담담하게 행복을 이야기하는 노래였지요. 많은 분들이 피곤한 몸으로 지하철을 타며, 버스를 타며, 걸어가며 위로를 받았던 가사였으리라 생각됩니다. 혼자 행복한것이 아니라 같이 행복하자고 이야기 합니다.

행복하자

여기에서 ‘하자’와 같이 ‘-자’는 흔히 한국어에서 청유형 문장을 표현하고 싶을 때 사용합니다. 여기에서 청유형이라 함은, 다른 이에게 어떤 ‘행동’을 함께 하자는 뜻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말이지요. 주로 한국어의 동작이 수반된 동사와 결합하여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밥 먹자. 만나자. 사귀자.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말이지요.
하지만 예쁘자. 슬프자.는 어떻게 들리시나요?

한국 사람이라면 단번에 어색하고 틀린 말인 걸 알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자’는 감정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말과는 함께 사용될 수 없습니다. 행복하자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래서 행복하자는 엄밀히 말해서 틀린 문장이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행복해지자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행복하자’와 말의 어감이 조금 달라져버렸지요. 지금은 행복하지 않으니 더 행복해질 것을 말하는 것처럼요.

행복하자

다른 사람들에게 단순히 행복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와 타인 모두에게 지금 가진 행복을 되새기는 동시에 행복하자라고 다짐하는 말처럼 들립니다.
현행 한국 문법에서는 올바르지 않은 문장이라고 보고 있지만 많은 한국인들이 어색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말은 아니지요. 원칙적으로는 틀리지만 항상 예외는 존재하는 법이니까요. 언어를 쓰는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진다면 굳이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아직까지 학계나 사람들마다 굉장히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요. 언어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이 ‘소통’이듯, 뜻이 통하고 우리가 이를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다면 틀리지 않은 표현이겠지요.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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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를 사용하지 않는 나라에서 살다보면, 가끔 모국어가 생각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발견 할 수 있습니다. 분명 매일같이 사용하고 듣던 말인데 갑자기 말이 생각이 나지 않고 혀끝에서 맴도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분명히 ‘제한적이다’라는 말을 하고 싶은데, 대신 ‘limited’만 머릿속에서 빙빙 도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다보면 한국 사람들끼리도 ‘그건 리미트가 있지’라는 말을 하게 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어려운 단어뿐만 아니라 쉬운 단어에서도 쉽게 발견되는데 오른쪽, 왼쪽 대신에 ‘right, left’가 먼저 떠오르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주로 사용하는 언어에서 생활영역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데 이런 일은 굉장히 빈번하고 흔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부디 ‘맙소사! 한국말이 생각 안나다니.’라고 고민하는 일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한국 뉴스나 현대 한국어의 집합소라고 할 수 있는 다음이나 네이버와 같은 포털사이트를 며칠만 몰아서 읽어도 해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가끔 한국어가 생각 안 난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이 말을 하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서론이 조금 길어졌습니다.

그림_괜찮아요_양현주

Photo: Courtesy of Google Image

어제는 좀 피곤했는데 오늘은 괜찮다. 정말 괜찮아요.
맛이 어때요? 괜찮아요? 맵지만 괜찮네요.
비가 내려도 괜찮아요. 어제는 춥더니 오늘은 괜찮네요.

영국에서 생활을 하시면서 외국친구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알려주시는 분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외국 친구에게 알려줄 첫 번째 단어를 꼽으라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괜찮아요.’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모든 상황에서 통용되는 건 아니지만 ‘괜찮다’는
한국어의 ‘마법의 단어, Magic word’중 하나입니다.

먼저, ‘괜찮다’는 ‘꽤 좋다’로 사용할 수 있는데
“그 사람은 정말 괜찮은 사람이야.” “저 식당 진짜 괜찮다.”

두 번째는 ‘별 문제가 없다’로 사용됩니다.
“밥 안 먹어도 괜찮아? 응. 점심을 많이 먹었어.”
“여기 좀 앉아도 괜찮죠?”

마지막으로 사전에서는 찾을 수 없지만 ‘괜찮다’는 완곡한 거절에 사용되기도 합니다.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놀러가서 부드럽게 거절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사용할 수 있겠지요.
“더 먹어.” “아니야. 괜찮아.”

한국인에게는 굉장히 친숙한 말이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상황을 알아야 쓸 수 있는 표현입니다. 한국어로 이야기할 때 실수할까봐 걱정하는 외국 친구가 있다면
‘괜찮다’고 말해주세요.